[Sequence Log 006]
주짓수 첫 체험: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하기
이번 주에는 주짓수를 처음으로 체험했다.
체험 전, 오른손 바닥과 손목에 시큰거리는 통증이 있어서 편의점에서 파는 3,500원짜리 보호대를 구매해서 착용하고 갔다.
지퍼 달린 옷은 안 된다고 해서 맨투맨과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갔다.

관장님이 말씀하신 한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생존본능이 있다. 어떻게든 배운 거 쓰려고 한다.”
주짓수는 다른 운동과 달랐다.
가장 최악에서 점점 개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타운동에 비해, 서있는 시간보다는 붙어있는 시간이 많고, 누워도 감점이 없어서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
1. 기본 동작: 거미 드릴, 낙법, 싯업
― 바닥에서 움직이는 법을 배우다
수업은 앞으로 사용될 기본 동작들로 시작됐다.
거미 드릴
첫 번째 동작은 “거미 드릴”이었다. 손과 발을 대각선으로 스위칭하는 동작.
오른손 왼발. 왼손 오른발.
무조건 손발 대각으로만 스위칭을 해야 한다.
동작 딱 두 개 하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

단순해 보이는 이 동작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대각선으로 스위칭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려면 코어가 계속해서 작동해야 했다.
낙법과 싯업
관장님이 강조한 건 낙법의 중요성이었다:
“뒤로 넘어갈 때 시선은 무조건 배꼽. 하늘로 하지 말고 배꼽. 그래야 뇌진탕이 오지 않는다.”
핵심은 후두부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관장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은 습관적으로 뒤로 누울 때 시선이 위로 가는데, 이게 위험하다는 것.
시선은 항상 배꼽에 두어야 한다.
주짓수에서 싯업은 엉덩이가 바닥에서 떨어지는 동작을 말한다.
복근 운동이 아니라, 누워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동작이다.
이런 자세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면서 상대방 다리를 메치고 일어나고 태클할 때 나온다.
테크니컬 스탠드업
가장 인상 깊었던 동작은 “테크니컬 스탠드업”이었다.
상대방이 앞에 있을 때 안전하게 일어서는 동작이다.
관장님의 설명: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일어설 때다. 그때가 가장 위험해요.”
동작은 다음과 같다:
- 낙법
- 싯업 자세
- 한 손은 바닥에 짚고, 다른 손은 앞에 두어 방어
- 삼각형 만들기
- 일어나서 공격하거나 뒤로 빠르게 도망
관장님이 흥미로운 비유를 들었다:
“여자분들이 가장 위험한 머리 스타일 1위는 포니테일이에요. 왜 그럴까요? 잘 잡혀서요. 언제 잡힐까요? 도망갈 때, 일어설 때, 돌아볼 때. 그때가 가장 위험한 거예요.”

2. 주짓수의 철학: 최악에서 시작하기
― 생존 본능과 삼각형 원리
관장님이 주짓수의 핵심 철학을 설명했다:
“주짓수는 패밀리 생활체육이에요. 호신술은 하나쯤 배워야 합니다.”
다른 무술이나 운동과 달리, 주짓수는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한다—바닥에 누워있고 상대방이 위에 올라타 있는 상황.
관장님의 강조:
“누구나 서있을 때는 누구나 해요. 그런데 가장 위험한 게 언제죠? 누군가한테 넘어졌을 때가 가장 위험해요. 근데 중요한 건 누구나 위에서 넘어져있는 사람을 공격하라고 하면 본능적으로 안가르쳐줘도 다 합니다. 근데 반대로 누워있는 상태인데 깔려있기까지 해. 위에서 상대방이 공격하려고 해. 몸을 가눌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요? 그게 가장 최악의 상황이에요. 주짓수가 말 그대로 거기까지 거의 갑니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고 거꾸로 그래서 상대방한테서 벗어나고 상체 세우고 엉덩이 세우고 완벽하게 일어나서 마주보고 공격하든 도망가든. 거꾸로 가요 저희는.”
이 역순 접근이 흥미로웠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하고 벗어나고, 오히려 역전을 하든 생존을 하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각형 원리
관장님이 핵심 원리를 설명했다:
“삼각형 축이 만들어지면 일어설 수 있어요. 누워있을 때 어깨 세우고 팔꿈치 세우고 엉덩이 세우면 싯업이에요. 그렇게 삼각형을 만들어야 몸을 가눌 수 있어요.”
이 원리는 모든 동작에 나타났다:
- 거미 드릴: 대각선 손발 위치로 삼각형 만들기
- 싯업: 어깨, 팔꿈치, 엉덩이로 삼각형 형성
- 테크니컬 스탠드업: 삼각형을 만들어 일어서기
인간 재해의 현실
관장님이 인상적인 말을 했다:
“자연 재해보다는 인간 재해로 해당할 확률은 말도 안되게 무지막지하게 크다. 자연 재해로 본인이 죽을 확률과 인간 재해로 뭐 사기 당하는 거 포함해서 사고 당하는 거 보다 인간 재해로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은 확률은 가장 높다. 명심하세요.”
이 관점이 호신술에 대한 이해를 바꿔놨다.
편집증적으로 살라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위험에 대비하라는 것이었다.
3. 마운트 포지션 탈출 훈련
― 1분간 3번, 그리고 부상
가장 힘들었던 건 마운트 포지션 탈출 훈련이었다.
2년 경력의 MMA 수련자이자 블루벨트인 상대방 아래에서 탈출을 시도해야 했다.
나보다 10kg 덜 나갔지만, 여전히 매우 힘들었다.
1분간 3번을 반복해야 했다.
결국 탈출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 도복에 얼굴을 쓸려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어깨는 괜찮았다.

관장님의 설명:
“바닥에 깔리거나 누워 있거나 이랬을 때 몸을 가눌 줄 모르면 수영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진 것과 같아요. 단 수영도 기술이죠.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죠. 똑같습니다.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동작이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뿐이고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훈련에서 주짓수가 입식이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과 다른 체력을 사용한다는 걸 느꼈다.
짧은 시간 내에 불규칙적으로 힘을 계속 써야 한다.
특히 마운트 포지션에서 빠져나가는 연습에서 많이 느꼈다.
4. 마운트 포지션 뒤집기 기술
― 탈출하고 역전하기
관장님이 마운트 포지션 뒤집기 기술을 가르쳐주셨다.
이게 우리가 배운 유일한 기술이었지만, 주짓수의 원리를 이해하기엔 충분했다.
기술은 다음과 같다:
- 상대방 손이 바닥에 닿으면 잡기
- 같은 쪽 팔과 다리 묶기
- 브릿지하고 뒤집기
- 이제 내가 위에
관장님의 설명:
“꼴랑 하나 배워서 방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흥분해도 그게 왼쪽이 오른쪽이고 오른쪽이 왼쪽인가 헷갈리고 그렇습니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수련이 되는 거예요. 익숙해 지는거죠.”
훈련 중에 이를 경험했다.
기술을 하나만 배웠지만, 스파링 라운드에서 그걸 쓰려고 했다.
생존 본능이 작동한 거다.
관장님이 설명했다:
“아까 전에 1분 1분 1분 총 3분 했는데요. 자 꼴랑 딱 2분 동안 해 두 번의 라운드를 겪으면서 모르는 상태에서는 뭐 하나 제대로 시도 해 보지도 못했는데 마지막 라운드 때는 꼴랑 하나 배웠다고 꼴랑 잠깐 1분 배웠다고 그거를 쓰려고 본인도 모르게 기술을 사용하려고 하죠. 그게 사람 본능이에요. 왜냐. 살아야 되니까.”
5. 최종적으로: 다녀볼만하지만 고민이 있다
― 30대 후반에 주짓수를 시작하는 현실
체험 후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긍정적인 면:
- 집 근처의 체육관에서 다녀볼만한 운동인 듯
- 나이 들어서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매력적
- 기술이 축적된다는 점이 매력적
- 패밀리 생활체육이라는 점
걱정되는 면:
- 기존의 복싱, 크로스핏, 스쿼시와 비교하면 부상 위험이 더 있을 것 같다
- 30대 후반으로서 신규 진입에 껄끄러운 부분들이 있다
- 나보다 어린, 몸집이 작은 사람들에게 깔리는 운동이 별로 없다. 그런 과정을 견디는게 쉽지 않은 수련의 과정이다.
아쉬웠던 점:
- 체험 수업이라서 주짓수의 위력을 체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설계 되어 있는 점
- 중간중간 너무 주짓수의 장점 어필을 많이 들었다는 점

관장님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았다:
“누구나 어디서든 오래 하면 주짓수는 어 기술적으로 다 누구나 접근하고 수련할 수 있다. 나이 불문 연령 불문 성별 불문 체급 체격 불문. 제가 같이 했던 수련했던 분 중에도 나이가 가장 많으셨던 분은 광복둥이 45년생 되셨던 분도 계시고요. 초등학교 1학년도 있고 저는 제 조카랑도 해봤고 아기 조카랑도 해봤고 여자애 해봤고 다양하게 누구나 같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패밀리 주짓수라고 보통 부릅니다. 가족이 가족에게 전달하고 함께 도장을 다니는 유일한 무술 문화가 있는 게 주짓수입니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는 놀이처럼 가능하다라는 거. 이거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 수 있는 취미는 없다라고 저는 전달하고 싶어요.”
[Next Sequence]
이번 시퀀스는
주짓수라는 새로운 운동 경험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하는 철학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